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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20년]교사를 위한 변명 20
오현준 2009/06/10 6948
전교조 20년의 비망록 ‘교사를 위한 변명’

1986년 교육민주화선언부터 우리나라 교육운동의 역사적 순간들을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록한 책이 출간됐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그 스무해의 비망록’(윤지형 지음, 우리교육 펴냄)은 독재시대의 탄압 속에 출발한 교육운동이 전교조로 꽃을 피우기까지의 고난과 합법화 이후 오히려 대중과 멀어진 현재에 대한 반성도 담고 있다.

교육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다룬 이 책에서는 ‘이수호 선생님’(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모범으로 삼았던 인물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1989년 전교조 결성 때 해직됐다가 교단으로 돌아온 현직 교사인 저자는 교실이라는 소왕국에 ‘독재자’로 아이들의 착하고 순수한 영혼을 망가뜨리던 ‘선생’들이 교육운동을 통해 진정한 ‘교사’로 다시 태어났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교육민주화 운동의 시발인 된 1986년 한국YMCA중등교육자협의회 ‘5.10교육민주화선언’ 사건에서부터 2003년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반대했던 ‘네이스(NEIS)’저지 투쟁까지 당시 현장에서 이를 경험하거나 지켜 본 이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된 내용은 사건의 배경과 일화, 후일담까지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89년 전교조 탄생과 함께 1500여명의 교사가 학교에서 쫓겨나며 해직된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신용길 교사, 교육운동에 눈을 뜬 후 교사이자 교육운동가로 살다가 전교조가 태어나는 것도 못 보고 폐암으로 눈을 감은 이순덕 교사를 통해 참교육의 길에서 스러져 간 이들에 대한 추억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합법화 후에 오히려 학생이나 대중으로 부터 멀어진 전교조의 현재에 대해 자기반성과 성찰도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가 대중 조직체이기 때문에 견결한 도덕성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전교조만은 그것이 생명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도덕성은 무엇보다 말과 행동의 일치를 요구하지요. 요즘은 가끔 내게 묻습니다. 죽은 그들은 살아 있고 산 우리는 오히려 죽은 게 아닌가 하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죽어 간 그들이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는 한 결코 그럴 수는 없는 것이지요.” (본문 125쪽에서)

“교육운동 초기 한 중학생이 유서에서 남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한마디 절규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전교조 운동 20년, 합법화 10년이 내일모레인데 학교는 그대로인 것 같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앞장서서 학교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점점 어려워진 까닭은 어디 있을까요? 합법화 이후의 전교조가 운동의 중심에 학생이 아니라 교사를 놓음으로써 결국 국민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기 때문이 아닐까요?” (본문 173쪽에서)

저자는 책 제목이 ‘전교조를 위한 변명’이 아니라 ‘교사를 위한 변명’으로 정한 이유를 “40만 교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런 첫사랑의 꿈이 깃들어 잊기 때문”이라며 교사로 일했던 도종환 시인의 시 한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셕들에게/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경향닷컴 손봉석기자 paulsohn@khan.co.kr>


입력 : 2009-06-03 19:17:41[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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